[박성희 교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朝鮮칼럼 The Column]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  
   
대통령 행적 두고 논란 일지만 '뭘 했는가'에 대한 관심보다 '하지 않은 일' 파악이 중요
공적 의무 위임받은 공직자가 해야 할 일 하지 않으면 가공할 결과 초래할 위험 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논리적 오류 중에 '정치인 삼단논법'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한다(대전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뭔가를 하는 것이다(소전제). 고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결론)." 마치 "강아지는 다리가 네 개다, 고양이도 다리가 네 개다. 고로 강아지는 고양이다"는 식의 논리 전개다. 또 다른 '정치인 삼단논법'에는 이런 것도 있다. "우리는 뭔가 해야 한다. 이것이 그 '뭔가'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것을 해야 한다." 대략 종합하면, 정치인이란 자기가 원하는 것이면 우격다짐으로 하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그러니 뭔가를 해도 탈, 안 해도 탈이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행적이 연말 모임의 화제를 깔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통령과 뭔가 단단한 연결 고리로 엮인 과거 주변인들이 보이는 각종 어지러운 행태를 사람들은 진실과 허구가 적당히 섞인 '소맥'처럼 마셔대며 병신년(丙申年)을 마감한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어떤 이는 청와대 관내에서 이뤄진 식목일 행사에 대통령이 두 시간이나 늦게 나타나 영문 모르고 기다린 일화를 전해주었다. 아무도 감히 관저에 가서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동안 식목일 행사는 주로 외부에서 나무를 심는 것이었는데, 이 정부 들어 서서히 관내 행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청와대 기자단 부모 초청 행사가 당일 취소돼 시골에서 올라온 부모들이 난감해했다거나,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대통령 초청 행사가 생략돼 다들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대통령도 없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대면하지 않은 것은 각료들만이 아니었다.

헌법재판소에서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행적을 요구했고, 대통령 측 대리인이 그 답변서를 보냈다고 한다. 세간의 관심과 달리, 나는 대통령이 올림머리를 하는 데 20분이 걸렸는지, 90분이 걸렸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면도하면서도 기자들과 인터뷰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대통령이 그 시간에 '하지 않은 일'의 목록이다. 그리고 왜 주변 사람들이 그토록 침묵하는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아마도 말보다는 침묵 속에서, 또 했던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기가 더 쉬울지 모른다.

세금 내는 국민으로서 나는 대통령이 매일 제시간에 출근했는지가 궁금하다. 대통령은 무보수 명예직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연봉과 연금을 받는 엄한 공직이다. '출근'하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직무태만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은 뉴스 속보와 동시에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대통령이 사건의 발단과 전개 상황을 국민과 함께 인식하고 있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즉각 회의를 소집했는지, 요로에 조언을 구했는지, 수장(水葬) 위기에 처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는지, 알고 싶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다녀온 후 적절한 후속 조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도 알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의 사례는 많다. 가벼운 접촉 사고라도 모른 척하고 현장을 뜨면 바로 뺑소니 범죄가 된다. 불씨를 떨어트려 놓고 그냥 놔두면 방화범으로 처벌받는다. 회사 안에서 비리를 목격하고도 침묵한다면 그 비리의 공범자로 몰릴 수 있다. 집안 식구 중 노약자나 장애인을 돌보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하지 않은 일'을 처벌하기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힘없는 보통 사람도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힘 있는 위치의 사람이 그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폐해는 더 클 것이다. 하물며 공적 의무를 위임받은 공직자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한 것은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의도적 무심함이 가공할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비서실장, 안보실장, 각종 수석과 장관들에겐 주어진 복무규정과 각기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이 단지 주어진 업무에만 충실했어도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를 가능케 한 것은 대통령의 '작위' 보다는 '부작위(不作爲)', 그리고 거기에 침묵으로 응대한 조력자들이 아닐까 한다. 무슨 이유인지 유독 이번 정부에는 굳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고도 못 본 척한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이건 아닙니다"라고 목소리를 내는 의인이 턱없이 부족했다. 괴이한 힘의 공백과 불균형을 틈타 돈과 권력이 춤을 추었다. 자리 보존을 위한 본능이든, 그릇된 욕망이든, 그 서늘한 침묵과 외면이 이번 사태를 키운 공범이자 진짜 섬뜩한 이유이다.

by 독종 | 2016/12/26 09:33 | 좋은 글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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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aeng20 at 2016/12/26 14:08
한 쪽으로 치우쳐 생각하면맞는 말인자만 종합적으로는 좋은 의견은 아니다.. 운전면허시 돌발대처능력만 보고 면허를 주지는 않기 때문... 대동령의 직무는 돌발 구조작업은 아니지만 본연의 의무는 어떤 상황.. 여유를 갖든 해외 순방중인건..긔의 입은 의;례적인 오더만 내리고 재난 시스템이 작동해야지.. 대통령이 구조하는것이 아니니.. 그러나 사건마디 재난대처방식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특히 해난사고나 지진은 더욱 대처가 어렵조... 삼풍백화점때 500몀이상죽어도.. 김영삼대통령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진 않잖은가요? 유독 박대통령의 머리손질이 마음이 쓰이나용.. 나경원 특히 추미애는 그 날 밥도 안먹거 마음조리면서 지냈는지 궁금하네용.. 그리고 필자님도요... 용서해야죠... 용서못할 그정도는 아닌데 자꾸이러면 경제도 타격입니다.. 이제는 창조문회로 승화가 문제입니다..불만을 승화못하면 촛불이라는 외도밖에는 대안이없는데 그 곳도 짧게 하면 순수로 보지만 이렇게 길면 비헌법적 정치적행위입니다. 읽어주어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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